김시현시우 가족의 유럽여행

헬싱키 반타 공항은 정말 조용하다.

우리가 타고 간 항공편도 목적지가 핀란드인 사람은 별로 없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간 기착지로 반타 공항을 이용했기 때문인지
우르르 갈아타는 곳으로 가 버리고 핀란드 입국 창구로 가는 사람은 우리 가족외 몇 명 없었다.

그러다 보니 다른 공항에서는 기약없이 오래 기다려야 하는 입국 수속이 여기서는 몇 분 걸리지도 않았다.
입국을 위한 질문도 최종목적지가 어디냐? EU에 며칠 묵을 예정이냐? 딱 두 가지였다.

이렇게 한가한 공항에도 한국 사람들이 있다. 뒷 분들도 한국인 가족인 것 같다.

유럽 여느 공항처럼 반타공항에도 삼성전자 갤럭시 광고는 있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공항을 빠져 나오니 역시 공항 앞도 한가하다.

혹시 버스 정류장을 못 찾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공항이 작기도 하지만 출구 바로 앞이 버스정류장이라서 못 찾을래야 못 찾을 수 없다.

막상 도착하고 보니 헬싱키에 대해서 너무 사전 조사를 소홀히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껏해야 '걸어서 세 계속으로' 핀란드 편을 본 것과 공항버스 또는 615번 버스를 타면 시내에 간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던 것이다.

버스정류장에 승차권 판매 자판기가 있는데 아맥스는 안 되고 비자와 마스타카드만 사용 가능하다고 했다.

이 기계로 3유로 버스표를 사서 타면 된다고 알고 갔는데 표 사는 사이에 615번 버스가 가버렸다.

사실 버스 기사에게 물어볼까 하다가 영어가 잘 안 통하면 어쩌지? 나도 영어 못하는데

대화가 될까?라는 걱정으로 그냥 기계에서 표 뽑아서 타자라는 생각으로 다음 버스를 탔다.

그런데 돌아올 때 헬싱키역 안에까지 들어가봐도 승차권 자판기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그냥 버스에 탔는데 버스표가 없어도 기사에게 직접 현금을 주면 된다.

(우띠~~괜히 버스표 사느라고 이미 와 있던 615번 버스를 그냥 보낸 셈이다.)

게다가 어른 2명, 어린이 2명이라고 했더니 어른 2유로, 어린이 1유로를 받는다.

아~~ 자판기에서 어른 3유로 어린이 1.5유로로 끊었었는데...

결국 자판기 이용하느라고 버스도 한 대 그냥 보내고 돈도 더 많이 내고 탄 거다.

일단 버스 기사에게 물어봤으면 되는데 어설픈 검색 기억만으로 자판기에서만 표 살 생각을 했다.

(헬싱키에서는 현금으로 바로 버스 탑승이 가능하고,

파리에서도 버스기사에게 직접 돈을 주면 버스표를 준다.

반면 로마에서는 반드시 버스표를 먼저 사서 타야 한다. 버스기사는 표를 팔거나 현금을 받지 않는다.

615번을 타고 이 버스의 종점까지 가면 시내가 나오겠지란 생각으로

약 30분 정도 갔을 때 번화가의 모습이 보였다.

약 10분정도를 더 가니 역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리는 곳이 나왔다.
버스에서 내려보니 헬싱키 역 앞이다.
공항에서 헬싱키 역까지 운행하는 615번은 공항으로 돌아갈 때도 타야 하기 때문에 주변을 잘 기억해뒀다.

핀란드는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유럽 공항 중 하나이기 때문에 서울을 떠난지

겨우(?) 10시간만에 유럽에 도착할 수 있다.

헬싱키가 파리나 뉴욕같은 다른 대도시에 비해서는 작다고 하지만

그래도 한 나라의 수도로서 유동인구도 많고 다양한 버스노선과 트램을 가지고 있어

복잡한 대도시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느 유럽도시처럼 시내 중심가는 크지 않기에

다시 버스를 타거나 트램을 타기 보다는 걸어서 시내를 둘러보기로 했다.

버스 종점에서 내리면 헬싱키역이다. 헬싱키 역의 독특한 쌍둥이 조각상

헬싱키 역 내부는 이렇게 생겼다. 유럽의 여느 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유럽의 기차역에 가보면 왜 터미널이라는 용어를 쓰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기차길의 끝이다.

유럽 도시에 처음 와 본 아이들은 생소한 분위기에 한껏 부풀어 있다.

도로 위를 다니는 전차인 트렘을 배경으로~~~ 역시 이국적이야!!!

공산주의 국가가 아님에도 웬지 공산주의스러운 조각상. 누군가 엉덩이 스티커를 붙였다.

병을 이용해서 음악을 연주하는 거리의 음악가

공항 인포메이션에서 헬싱키 시내 지도를 받아오기는 했는데 도저히 알아볼 수가 없다.

일단 핀란드어는 우리가 익숙한 영어와 달리 모음이 두 세개 중복되기도 하고

같은 자음이 중복되기도 해서 이상한 느낌을 준다. 당연히 쉽게 읽을 수도 없다.

고대 그리스문자나 러시아 글자를 보는 것처럼 해석이 안되니 지도 보는 것이 매우 어렵다.

지도도 없이 시내를 그냥 걷지 하다가 생각해보니 이런 때 쓰라고 데이터통신을

무제한 요금으로 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구글맵을 실행시키니 알아볼 수가 있는

지도가 생겼다. 해외에서 구글맵의 장점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겠지만

역시 내 위치를 보여주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잘 가고 있는지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바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첫 목적지는 아무래도 헬싱키의 상징인 헬싱키대성당으로 정했다.

웅장한 모습과 넓은 광장이 '걸어서 세계 속으로'에서 본 모습과 똑같다.

언덕 위에 지어져 있어서 계단을 통해 올라가면 점점 시야가 넓어지고 시원해진다.

하얀 외벽의 헬싱키 대성당은 이슬람 사원같은 느낌을 살짝 주면서 서유럽의 성당들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불행히 성당 내부는 관광객에게 개방되어 있지 않아서 보지 못했지만
역시 유럽의 대표 건축물은 대부분 성당이라고 생각하며 유럽에 들어온 기분을 만끽하면서
항구에 보이는 대형 크루즈선 쪽으로 향했다.

헬싱키대성당 앞은 넓은 광장이다. 마차를 타는 관광객들도 있다.

작은 골목을 지나 바닷가에 도착하니 스웨덴 대사관 앞에 작은 시장이 나타난다.

핀란드에서는 대통령도 장을 보기 위해 저녁에 시장에 들른다라는 말이 있어서

이 곳인가 했는데 이 곳은 더 작은 곳인 것 같다.

넓은 주차장에 임시로 만들어진 천막에 기념품을 파는 곳도 있고 과일가게도 있다.

핀란드에서는 주말에 여행을 가면서 이동식 사우나를 가지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많은 차들의 뒷범퍼 아래 캐리어를 연결하는 게 있어서 이상했는데 거기에 이동식 사우나를

연결하는 것이다.

시장 바로 앞에 이런 유람선 선착장이 있다.

시장 입구 쪽에는 많은 사람들이 멸치보다 조금 큰 무이꾸(Muikku)라는 생선을 먹고 있다.

바닷가 시장에서 팔고 있기도 하고 생긴 것이 멸치랑 비슷해서

당연히 바다생선인 줄 알았는데 무이꾸는 핀란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민물고기라고 한다.

호수에서 나는 민물고기를 버터 바른 철판에 구워서 통째로 먹는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무이꾸를 좋아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나 역시 생선을 통째로 먹는거라

딱 호감이 가는 것은 아니어서 먹지 않으려고 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여행에서는 입에 맞는 음식도

먹어야 하지만, 내키지 않아도 특이한 현지 음식은 한 번 먹어 보는 것이 묘미가 아닐까 생각이 바꾸었다.

그래도 맛이 너무 이상하면 안 되니 아이들에게는 안전하게 핫도그를 사 먹이고 한 번 시식해보자고

무이꾸 좌판으로 갔다. 핫도그를 사러 가기 전만해도 좌판에 사람들이 엄청 많았는데
잠깐 핫도그를 먹고 온 사이에 다들 어디 갔는지 사람들이 별로 없다.

좀 이상하다 싶었지만 일단 먹기로 했으니 맛은 보자는 의미로 무이꾸 가장 작은 것과

감자튀김을 달라고 했더니 무이꾸만 종이 상자에 가득 담아서 준다.

감자와 함께 있는 걸 달라고 했는데 왜 이걸 주지란 생각이 들었지만 잘못 알아들었나 싶어

그냥 먹지 하고 돈을 줬다. 그런데 돈을 줘도 돈을 안 받는다.

어 뭐지? 설명해주는 모습을 대충 눈치로 보니 오늘 영업 시간이 다 끝났고 어짜피 남은 것이니

그냥 맛이나 보라는 것이다. 이런 횡재! 멀리 핀란드에서 공짜를 만나다니...

여행의 출발에 작은 행운은 항상 기쁨을 준다.

맛이 없어도 공짜이니 아깝지는 않겠구나 라고 생각하고 일단 맛을 보았다.

그런데 이거 맛이 반전이다. 어! 이거 맛있는데! 아이들도 맛을 보더니 놀라는 눈치다.

우리가 맛을 보며 좋아하니 주인장이 다시 우리를 부른다. 이번에는 더 큰 종이 접시에

가득 무이꾸를 담아준다. 이렇게 많이는 필요없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인심을 가듬 담아 주며

먹어 보라고 한다. 핀란드 사람들이 따뜻한 인심을 가진 사람들로 기억되는 순간이었다.

이런 사연으로 헬싱키 시장에서 무이꾸를 공짜로 질리도록 먹었다.

생긴 것은 비슷하지만 우리 나라 멸치와는 맛이 많이 다른 무이꾸! 맛있다!

버터와 기름으로 구워서 너무 많이 먹으면 느끼하기는 하지만 씹을수록 고소하다.

소주와 함께 어울려 술안주로도 좋을 것 같다.

혹, 핀란드에 가신다면 꼭 무이꾸를 드셔보시길!

PS. 사실 헬싱키 시장에서 먹었을 때 이게 이름이 무이꾸(Muikku)인지 몰랐다.

네이버에서 헬싱키,생선 등등을 검색해봐도 대부분 멸치 비슷한거 먹었다는 블로그들만

있지 이름이 정확히 나온 블로그는 없었다. 너무 궁금해서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옆 사람이 핀란드 사람으로 보여서 물어봤더니 친절하게 종이에 적어주며 Muikku라고

알려주었다. 물론 무이꾸로 검색하면 관련 블로그 많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