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현시우 가족의 유럽여행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분수를 한 개만 고르라고 한다면 어떤 분수를 선택할까?

규모면에서 대단한 분수는 많다. 분수쇼로 유명한 라스베가스의 벨라지오 호텔 분수도 있고

몇 년전에 완공한 두바이의 버즈 칼리파 앞에도 엄청난 규모의 분수가 있다.

그러나 예술성과 분수가 담고 있는 스토리로 본다면 트레비 분수가 최고가 아닐까?

(이 조각은 봄에 씨를 뿌리는 것을 형상화하고 있다.)

(반대편 이 조각은 가을 걷이를 상징한다고 한다.)

트레비 분수를 등지고 서서 동전을 던지면 반드시 로마에 돌아온다고 한다.

관광객들이 동전을 던지면서 언젠가는 돌아오겠다는 자기 최면을 걸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나와 집사람도 이런 자기 최면으로 꼭 다시 오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던 것 같다.

(뒤로 돌아서서 오른손으로 동전을 쥐고 왼쪽 어깨로 던지는 것이 정석이란다.

그러나 던지는 방법이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스토리가 매력적인 것이지...)

트레비 분수는 매력적인 이야기만이 아니라 조각의 균형미와 섬세함이 무척 뛰어나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포세이돈의 거칠고 힘찬 모습이 좋다고 하는데

나는 물에서 뛰쳐 나오려고 몸부림치는 것 같은 말의 조각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우리 나라의 석굴암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점이지만 그 단단한

석재를 어떻게 저렿게 부드러운 형상으로 다룰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트레비분수는 폴리 대공의 궁전 전면에 있는 분수로 원래는 1453년 니콜라우스 5세 교황이

고대의 수도인 '처녀의 샘'을 본떠서 만든 것이 유래이며 지금의 분수는

1732년 N. 살비에 의해서 설계되고 제작이 시작되어 1762년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이탈리아 조각가이자 건축가중에서는 베르니니가 가장 유명한데 트레비분수 역시

설계는 N.살바가 했지만 베르니니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이라고 한다.

트레비분수 우측에 작은 성당이 하나있었다.

만약 일요일이 아니면 문이 닫혀 있어 그냥 지나쳤을 크기의 작은 성당이었다.

성당 입구에 IVLIVSSRED CAR MAZARINVS 라고 써있는데

자세한 정보가 조회가 되지 않는 것을 보면 유명한 성당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마침 그 곳에서 일요일 아침 미사가 거행되고 있었다.

밖으로 들려 오는 웅장한 성가 소리에 이끌려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봉헌의식이 한창 거행되고 있었는데

우리 나라 성당과 다른 점은 신부님께서 일일이 자리를 돌면서 장미향이 밴 성수를

뿌려 주시면서 축복을 해주신다는 것이었다.

봉헌 내내 성가대에서 성가가 들려서 성가대를 찾아보는데 우리 성당들처럼 2층에

있을 줄 알았는데 거기엔 없다. 자세히 찾아보니 제대 오른편에 몇 명이 앉아있는데

겨우 4명이 부르는 성가가 그렇게 웅장하게 울려 퍼질 수가 없다.

원래 이탈리아 사람들이 가곡을 좋아하고 유명한 성악가도 많이 배출한 곳이기도 하지만

단 4명의 성량으로 이렇게 웅장한 소리를 낼 수 있다니 사람의 목소리도 놀랍고

성당의 구조상 이렇게 울림이 풍부하게 만들어지는 것도 놀랍다.